세계를 구하는 영웅은 이제 지겹다.-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영웅들이 세계를 구하다 지쳤다. 악당 조커보다 무서운 경제 위기, 평생을 일만하다 청춘을 잃고 나이가 들어서는 삶을 즐기는 방법조차 모르는 부모 세대의 경제적 후광을 입은 젊은이들은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방황하며 시간을 보낸다.

지금 이런 시기에 세상은 영웅에 관심이 없다.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싶어한다.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신조협려를 좋아한다던 그가 최근 즐겨본다는 일본 애니다. 2화까지 보았는데 쳐부셔야 할 적이 나타나지 않는다. 목적도 없다. 그냥 일상을 조금 비꼬고 약간 과장하여 그려놓았다.

루피가 고무고무팔을 휘두르며 해적들을 무찌르고 검사 가츠가 자기 삶의 부조리에 맞서 묵묵히 싸우기만 하던 만화들이... 이젠 그런 영웅따위 관심없다는 듯 여고생이 메이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다.(예전같으면 그녀들이 뾰로롱 마법소녀로 변신해 세상을 구해야 옳단 말이다!) 

다윗이 백성을 구하고 예수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식의 이야기에서 지겨워질 때였는데 일상의 이야기로 돌아간 것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인지 혹은 잠시의 시류에 불과한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사람들은 이제 영웅을 필요치 않는다.

영웅은 한명이고 영원불멸한 주인공이다. 영웅이 등장하는 세계에서 그(혹은 그녀)이외의 모든이는 조연이나 엑스트라로서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양념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제 나라를 위해, 국익을 위해, 일단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고 나서,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다지 길지 않는 유한한 삶 속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어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와 같은 애니메이션에선 누구든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아 나는 아무 능력도 없는 조연에 지나지 않아 라는 따위의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따분한 일상에서 나도 어엿한 주인공이고 세상은 못구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특별한 의미들을 찾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애니메이션. 당분간은 더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이 흥할 듯.

by 이유 | 2010/12/22 11:25 | 당신들에게 | 트랙백 | 덧글(5)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지루하다. 도망가는 토끼. 섹시한 모자장수. 미친 동물들의 티 파티따위.
만화, 게임, 일러스트, 회화 심지어 심리학에서 마져 우려먹은 루이스 캐롤의 동화는 이제 더이상 신선하지 못하다.


그런 리스크를 안고 갈 만큼 헐리우드는 소재 고갈로 허덕이고 있는 건가. 지루함의 막장.
감독이 팀 버튼 인것도 모르고, 동화 원작의 앨리스 인 것도 모르고 친하지 않은 분과 즉흥적으로 갔던 영화관은 졸림과 다리 저림과 그것을 티내지 않고 빵끗웃으려는 내 인간관계 기술과의 싸움, 그 뿐이었다.

홍차 티백은, 한 두 번 우려내고 버려야 한다.
일곱번쯤 뜨거운 물에 넣었다 빼면 그게 홍차 티백인지 녹차 티백인지 조차 분간이 힘들 정도로 향도 맛도 잃고 만다.
아니면 가지고 있는 티백이 그것밖에 없다면 우유와 생크림과 시럽을 넣고 새로운 티를 만들어야지.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은 향을 잃은 홍차 티백따윈 외면해 버릴거야.

by 이유 | 2010/03/17 22:22 | 필 름 | 트랙백 | 덧글(0)

스트레스es

1.

이 달말에 이사를 해야하는데.
때아닌 3월의 가뭄.
집들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어서 부동산을 둘러봐도 집이 없단다. 그나마 있는 집들은 도저히 마음에 안 들고.
지금 살고 있는 집 계약 완료 날짜는 다가오지. 아직 집은 못 구했지. 이러다가 길에 나 앉는 거 아냐? 하는 이상한 판타지만 머릿속에 맴맴 돈다.

상황봐서 안 되면 동네를 아예 옮길까도 생각 중.
강북 생활 2년인데. 다니고 있는 교회 근처가 아니라면 굳이 여기서 살 필요는 없을 듯. 아예 멀리 갈까도 생각 중이고.
이도저도 귀찮으면 하우스메이트로 들어갈까도 고려 중.

혼자 산지 오래 되다 보니 사람이 그립기도 하니까.


2.

게으름이야 말로 가장 큰 죄악이라는데. 그 죄악때문에 사고가 났다.
내가 매일 확인하는 사이트는 놀랍게도 기상청. 매일 기온 변화를 봐야 직성이 풀리는 데 누워서 컴 키기 귀찮아서 휴대전화 네이트로 검색하다 2분만에 사용료 1만원이 청구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다음날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인터넷 사용 경로를 아직 추적할 수 없으니 3일 뒤에 다시 전화 달랜다. 짜증. 만원 이면 그냥 잊어버렸다 셈 칠 수도 있지만 기분 상 그게 아니지 않은가.
끓어오르는 분을 삭히며 월요일을 기다리는 중.


3.

아는 언니의 이야기다. (난 남자의 과거에 흥미가 없는 편이라 물어보지도 않고 알지도 못함) 그녀의 옛 남친 중 한 명은 7년 동안 한 여자와 연애를 하다 헤어지고 바로 그 언니와 만남을 가졌다는데.
그 언니의 주장에 따르면 그런 남자는 연애 기간동안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을 겪은 상태기 때문에 새로운 사랑에 너무 무기력 하단다. 결국 언니 쪽에서 못 버티고 밀어내 버렸다는데, 그런 건 너무 별로다.

처음처럼. 몇번의 연애를 해왔든 다시 만나는 사람에게 처음처럼 의욕적이고 적극적이고 뭐든지 다 해줄 수 있을 듯한 그런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과 이별을 반복해서 마음이 닳아빠진 걸레처럼 너덜거리더라도. 새로운 사랑을 하는데 아픔쯤 잊어버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바로 강한 사람이고 그게 바로 나이듦에 고개 숙이지 않는 사람이다.
비록 지금의 나는 건어물녀라 외로움도 느끼지 않고 연애에 흥미도 느끼지 않지만, 내가 다시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나는 처음처럼 내 감정에 솔직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내 삶을 돌아보자. 마치 7년 연애하고 이별한 그 남자처럼 무기력하게 동태눈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삶에 찌들어, 경험에 지쳐 더이상 새로운 것을 새롭다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닌가.
 
나는 포기를 모르는 강한 세포의 소유자다. 그러나 요즘의 나는 끈을 잃은 망중석처럼 힘없이,  억지로 살아가는 느낌이다.  이런 건 정말 나답지 않다.

20대 후반이다. 일반적인 20대 후반의 여성과 남성이라면 사랑과 이별을 몇 번씩 반복해왔을 거고 때문에 처음하는 연애처럼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나는 남들보다 일찍 사회에 뛰어들었고 내 또래 친구들이 겪지 못했던 혼자서 감당하지 못할 일들도 겪어보았다.
그래도 7년을 연애했던 그 남자처럼 '사랑따위...' 이런 말은 내 뱉지 않을테다. 그래서  "인생따위..." 이런 말은 생각도 하지 않을거다.

처음 사랑하는 여자처럼,
내 인생을 사랑하고 두근거리며 대해야지.
 

그런데 그게 요즘 그게 잘 되지 않아 스트레스.

by 이유 | 2010/03/14 16:33 | 거울에게 말하기 | 트랙백 | 덧글(0)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